• 결혼행진곡

      날짜: 2018. 12. 01  글쓴이 : 엄일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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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이 쌀쌀해졌다. 올해 가을은 훌쩍 떠나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내 마음 속 한 켠에는 강렬한 가을빛 추억 한 컷이 새겨져 있다. 가을 빛깔이 찬란하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순간들이 아닐까 지금 회상한다.

           젊은 선남선녀가 매끈한 턱시도와 왕관 같은 드레스를 차려 입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깜깜한 방에 모인 지인들이 축하의 박수를 터뜨렸다. 신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신랑은 눈씨울이 붉게 물들더니 두 줄기 눈물을 주르륵 떨어뜨렸다. 의외라 생각될지 모르지만 실은 그럴 만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까지 자신들의 결혼식인 줄 전혀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사랑방은 모든 일을 비밀로 부쳤다. 그 부부는 서로들 결혼식 에피소드를 사랑방에서 풀때마다 가슴 속에 묻어둔 슬픔을 애써 감췄던 것 같다. 목자와 목녀는 사랑방 목원들에게 제안했다. “잃어버렸던 인생의 소중한 추억을 되찾아주자!” 집으로 돌아가는 척하고 부부 몰래 목원들은 목자 집으로 다시 돌아와 짓궂은(?) 거룩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끝까지 몰래 하는 거야. !”

           사랑방은 부부에게 행복을 안겨 주기 위해서 하나가 되었다. 주례를 선 나도 신랑신부를 위해 기꺼이 조연이 될 채비를 단단히 했다. “이 순간은 무드가 중요해. 가볍고 경쾌하게 가는 거야.” 사랑방 목원들이 연합해서 준비한 축가는 정말 한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목원들의 입가에는 부부에게 행복을 전하며 옮겨붙은 사랑의 웃음이 흘러 넘친다. 이윽고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진다. 음모에 가담한 모든 사람과 아름다운 신랑신부의 모습을 내 가슴의 추억 저장소에 담는다.

           나는 순간 천국을 생각했다. 주님과 교회의 결혼식이 얼마나 영광스러울지. 하나님은 사랑방이라는 결혼준비 교실을 마련해 두시고는 우리 주님의 신부들을 비밀리에 양육하고 계시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런 것이라면, 영적인 눈을 가린 모든 것이 걷히고 궁극적인 실체가 드러나는 날, 모든 이들이 다 알게 될 것이다. 초라하고 약해 보이던 만남, 모임, 나눔이, 사랑방에서 함께 나눈 모든 사랑의 언어들이 영광스러우신 주님께서 섬세하게 짜맞춰 놓은 아름다운 결혼식 준비 모임이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내가 속한 공동체를 주님의 눈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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